바람끝의 냉기는 크게 무디어졌다. 봄기운이 역력하다. 겨울옷을 입고 걸으면 옷이 몸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껴안고 있는 체온을 금방 견딜 수가 없어진다. 겨울엔 붙잡고 있어도 부족하던 체온이 이제는 붙잡고 있으면 후덥지끈 해진다. 조금만 걸어도 외투 하나는 곧바로 벗게 된다. 하지만 숲은 여전히 겨울색이다. 나무들의 가지 또한 여전히 비어있고, 가지 사이의 어디에서도 푸른 빛의 새순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이맘 때의 숲에선 그 빈가지 사이에서 노란 꽃들이 시선을 앗아가곤 한다. 굳이 꽃나무 책을 뒤져서 확인할 필요도 없다. 때로 꽃은 장소와 시간으로 제 이름을 말한다. 이 맘 때의 산에서 노란 빛의 꽃을 만났다면 그건 예외없이 생강나무꽃이다. 진달래보다 먼저 봄을 맞는 꽃이다. 생강나무가 꽃을 피우고 나면 진달래가 그 뒤를 잇고, 그 다음엔 이제 새순이 나오기 시작한다. 노란 생강나무 꽃이 여전한 겨울색의 나무들 사이에서 봄을 채근하고 있었다.
2 thoughts on “생강나무의 봄”
객산 생강나무 풍경 좋은데요. 집앞이지만, 검단산과 남한산성에 밀려 가끔 산보나
가는데, 이맘때 풍경이 이리 좋을 줄 몰랐네요.
열흘 전이니 지금쯤 확피었을 듯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