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여느냐 따라 아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동해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로 마중하는 아침은 벅차다. 하지만 대개는 출근 시간을 조금씩 미루며 침대속에서 뭉개는 아침이 가장 흔하다. 나와 같이 사는 그녀는 가끔 밥으로 차려내는 아침을 그만두고 커피로 아침을 열곤 한다. 그 아침은 독특하다. 단순히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 이상이다.
식탁 위에서 커피로 여는 아침이 준비되고 있다. 커피 그라인드에 커피콩을 담는 것이 첫순서이다.
커피를 간다. 소리가 좋다. 소리에 얹혀 향기가 온다.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처음부터 다 붓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살짝 커피 가루를 적시기만 한다. 잠시 물이 커피에 젖어들기를 기다린다. 성급하게 굴면 안된다.
커피 가루가 뜨거운 물에 젖었다. 그것은 곧 더 뜨거운 사랑이 온다는 예고 같은 것이다.
뜨겁게 젖은 커피 가루에 다시 물을 붓는다. 커피에 하얗게 거품이 인다. 뜨거움이란 그렇다. 검은 것도 하얀 색을 갖고 있다고 알려준다. 정반대의 색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뜨거움이다. 물론 잠시이다. 그러나 그 잠시가 커피가 된다. 커피콩이 신선할수록 거품이 잘 인다고 들었다. 검은 것이 흰색을 가지려면 신선하기도 해야 한다.
커피는 똑똑 똑똑 떨어진다. 떨어진 커피 방울은 커피가 된다. 방울이 커피물 위를 굴러다니기도 한다. 거품으로 솟아 톡톡 터지는 재미, 또 커피물 위를 구르는 재미와 함께 커피가 온다.
마지막 순간, 커피는 머그잔으로 몸을 옮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다. 커피와 뜨거운 물이 만나 서로에게 젖어들고 그 만남이 향기가 되고 그 향기가 다시 우리 몸에 녹아들던 순간의 기억을 마시는 것이다. 커피는 그 기억으로 둘의 사랑을 환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