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로 여는 아침

무엇으로 여느냐 따라 아침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동해 바닷가에서 떠오르는 해로 마중하는 아침은 벅차다. 하지만 대개는 출근 시간을 조금씩 미루며 침대속에서 뭉개는 아침이 가장 흔하다. 나와 같이 사는 그녀는 가끔 밥으로 차려내는 아침을 그만두고 커피로 아침을 열곤 한다. 그 아침은 독특하다. 단순히 아침에 커피를 한 잔 마시는 것 이상이다.

커피 그라인더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식탁 위에서 커피로 여는 아침이 준비되고 있다. 커피 그라인드에 커피콩을 담는 것이 첫순서이다.

커피 갈기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커피를 간다. 소리가 좋다. 소리에 얹혀 향기가 온다.

커피에 물붓기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붓는다. 처음부터 다 붓는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살짝 커피 가루를 적시기만 한다. 잠시 물이 커피에 젖어들기를 기다린다. 성급하게 굴면 안된다.

뜨거운 물에 젖은 커피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커피 가루가 뜨거운 물에 젖었다. 그것은 곧 더 뜨거운 사랑이 온다는 예고 같은 것이다.

커피에 물붓기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뜨겁게 젖은 커피 가루에 다시 물을 붓는다. 커피에 하얗게 거품이 인다. 뜨거움이란 그렇다. 검은 것도 하얀 색을 갖고 있다고 알려준다. 정반대의 색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뜨거움이다. 물론 잠시이다. 그러나 그 잠시가 커피가 된다. 커피콩이 신선할수록 거품이 잘 인다고 들었다. 검은 것이 흰색을 가지려면 신선하기도 해야 한다.

떨어지는 커피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커피는 똑똑 똑똑 떨어진다. 떨어진 커피 방울은 커피가 된다. 방울이 커피물 위를 굴러다니기도 한다. 거품으로 솟아 톡톡 터지는 재미, 또 커피물 위를 구르는 재미와 함께 커피가 온다.

커피
Photo by Kim Dong Won
2017년 10월 12일 우리 집에서

마지막 순간, 커피는 머그잔으로 몸을 옮긴다. 우리는 커피를 마시는게 아니다. 커피와 뜨거운 물이 만나 서로에게 젖어들고 그 만남이 향기가 되고 그 향기가 다시 우리 몸에 녹아들던 순간의 기억을 마시는 것이다. 커피는 그 기억으로 둘의 사랑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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