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잎의 노동

남한산성 단풍
Photo by Kim Dong Won
2012년 10월 29일 경기도 남한산성에서

과학의 눈으로 보면 세상이 많이 달라지곤 한다. 가령 과학은 잎이 사실은 나무의 노동이라고 우리에게 알려준다. 잎은 광합성이라는 이름으로 노동하고 그 노동의 결과로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낸다. 노동할 때의 잎은 푸르다. 나무는 푸른 잎은 가지에서 놓지 않는다. 노동이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가을은 잎이 그 노동을 멈추는 계절이다. 단풍은 잎이 노동을 멈추고 이제부터 쉰다는 휴식의 신호이다. 한 해의 노동을 마친 자리에서 가을의 단풍이 곱다. 잎은 휴식을 하면서 그동안의 노동이 얼마나 아름다웠는가를 색으로 증명한다. 단풍은 잎이 부르는 스스로의 노동에 대한 찬가이다. 그때가 되면 나무는 이제 잎을 가지에서 놓는다. 휴식 뒤에 더 이상의 노동은 없다. 나무는 예쁜 것보다 노동을 더 귀하게 여긴다. 그래서 푸른 잎은 놓지 않으나 이제 쉬어야 할 잎은 가지에서 놓는다. 휴식의 길에 색을 쥐어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는 상황이 좀 안좋다. 가을이 지난 뒤에도 우리는 계속 일해야 한다. 우리가 나무의 잎이 아니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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