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봄이 깔리는 봄길의 사랑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박용길 장로 탄생 100주년 기념식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0월 24일 박용길 장로 탄생 100주년 기념식
서울 수유동 통일의 집

이소선합창단은 2019년 10월 24일 목요일, 박용길 장로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가하여 노래로 함께 했다. 기념식이 열린 곳은 이제 박물관으로 변모한 통일의 집, 바로 문익환 목사가 생전에 살던 가옥이었다. 수유동의 작은 야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박용길 장로는 늦봄 문익환 목사의 부인이며, 장로의 호는 봄길이다. 늦봄이 민주화 투쟁으로 이 땅의 민주주의에 길을 여는데는 봄길의 지지와 사랑이 큰몫을 했다.
합창단은 기념식의 첫순서로 무대에 섰다. 통일의 집 마당이 그 무대였다. 모두 두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천리길>이었다. 노래 가사보다 백코러스로 깔리는 범범범범이란 가사가 더 귀에 들어온 노래였다. 늦봄과 봄길의 사랑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 가사는 봄봄봄봄으로 들렸다. 한 사람은 늦은 봄으로 함께하고, 그가 가는 길에 항상 봄이 되어주었던 봄길이 노래를 하는 동안 천리를 이어졌다. 계절은 가을이었으나 가을은 시간을 내놓고 잠시 봄이 되어 주었다. 봄처럼 날씨가 푸근했다. 어디나 봄이었다.
두 번째 노래는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로> 였다. 노래는 잠시 공간을 수유동의 산 중턱에 가두어두지 않았다.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자 그곳은 백두에서 한라로 달려가고 또 한라에서 백두로 한껏 넓어지며 사람들이 꿈꾼 통일된 세상이 되었다. 노래는 노래를 부르면 우리에겐 공간적 제약도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노래가 울려퍼지는 동안 통일의 집 뒤쪽 벽에 그려진 문익환 목사의 얼굴에서 웃음이 환했다.
기념식 마무리될 때 어머니와 아버지를 회상한 아들 문성근은 두 분이 평생을 사랑하며 사셨다고 말하며 나이가 70이 되었을 때도 두 분이 손잡고 다니고 뽀뽀하셨다고 했다. 두 분은 사랑의 경이이기도 했다. 합창단이 부른 노래는 두 분이 이 땅의 민주화를 바친 삶에 대한 존경의 노래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 사람이 평생을 일구어낸 사랑에 대한 찬가이기도 했다. 봄이 가득했으며, 남쪽의 끝 한라에서 북쪽의 끝 백두까지 이어지는 넓고 넓은 자리였고, 어디나 할 것이 없이 사랑으로 물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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