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5월 19일, 그날 마포나루엔 엄청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바람이 불면 하던 일을 부랴부랴 접고 한강으로 달려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우연찮게 나는 그날 망원동에 있는 내 동생 은미의 사무실에 들렀다가
마포나루로 나가게 되었다.
그리고 윈드서핑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떤 이는 차를 타고 한강을 건넌다.
어떤 이는 배를 타고 한강을 간다.
또 어떤 이는 바람을 타고 한강을 가른다.
바람의 모터를 달다.
완전 무공해 모터이지만 무소음 모터는 아니다.
바람 소리는 자동차 소리에 못지 않다.
바람의 모터가 의심스럽다면
뒤로 내뿜는 물보라를 보면 그 의심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바람이 밀어준다고 모든 것을 거저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힘은 바람에게서 얻고 균형과 방향은 내가 잡아야 한다.
그렇게 균형과 방향으로 바람의 힘과 어울리면
속도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오늘은 한강에 빛의 길이 깔렸다.
빛의 길을 따라 빛을 찾아가다
빛의 강에 이르다
이건 나의 말이죠.
가끔 녀석은 물에 코를 막고 일어날 생각을 안하죠.
그때면 이렇게 고삐를 죄어야 해요.
다시 가자, 이 녀석아, 바람을 타고.
몇번 넘어지다 보면
이제 보드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잠깐의 휴식을 청하게 된다.
잠깐이지만 그 휴식은 달콤하다.
그의 모자에선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올해 최고의 바람이 불었다며
파도타는 그 시간이 마냥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