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대교를 걷다 가로등 위에 앉은 갈매기를 본다.
갈매기에게 시비를 건다.
–갈매기야, 거기 니 둥지 아냐. 거기 가로등이야.
갈매기가 자리에서 꼼짝도 않고 나를 반박한다.
–이거 가로등아냐. 내 둥지 맞어.
세상에 둥지가 따로 있지 않아.
내가 눌러앉아 둥지로 삼으면 그곳이 바로 둥지야.
이 둥지는 아주 독특해.
밤에 불도 들어와.
그런데 조명업자가 시공을 잘못한 거 같아.
조명이 둥지의 밑으로 들어와.
그래도 조명 덕택에 밤에 집찾기는 아주 좋아.
나는 곧바로 물러섰다.
갈매기가 옳고 나는 틀렸다.
가로등은 없다.
조명 시공이 잘못된 갈매기 둥지가
밤마다 올림픽대교를 환하게 밝히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