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 첫 봄꽃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3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홍매화

봄은 꽃과 함께 온다.
한동네에서 오래 살다보면
오는 꽃을 그 장소와 함께
거의 기억하게 된다.
가령 우리 동네 매화는
우성아파트의 한 현관 앞에서 가장 먼저 핀다.
빛이 잘드는 자리인데다가
아파트의 유리창에서 반사된 빛이 합쳐져
따뜻함이 매우 완연한 곳이다.
목련은 선사고등학교의 교정에서 가장 먼저 핀다.
순서로 보면 목련은 매화의 한참 뒤이다.
하지만 올해 첫 봄꽃을 발견한 곳은
내가 모르던 곳이었다.
꽃은 홍매화였다.
동네를 걷다 우연히 붉은 빛을 마주했다.
몇 송이가 피어 있는 것이긴 했지만
걸음을 멈춰세우기에 충분했다.
산수유는 동네에 많은 편이다.
홍매화를 본 날,
산수유는 꽃망울 속에서
노란 빛을 슬쩍 내비치고 있었다.
3, 4일 뒤면 꽃이 필 듯하다.
꽃과 함께 봄이 오고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3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산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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