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있는 아파트의 마당에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다. 원래는 느티나무에 짓눌려 있던 작은 나무였으나 1층 사람들이 무성한 느티나무가 햇볕을 너무 가린다고 잘라내는 바람에 이제는 마당의 주역이 된 나무이다. 봄마다 살구꽃이 피어 나무를 남겨둔 사람들의 마음에 크게 보답을 한다.
살구꽃은 봄꽃 중에서 제일 예쁜 꽃이다. 봄을 가장 먼저 여는 꽃은 매화이지만 아름다움으로는 살구꽃을 따르지 못한다. 다만 살구꽃은 꽃이 조금 늦게 핀다. 그래도 이맘 때면 개화를 하곤 했는데 올해는 아직 기척도 보이질 않고 있다.
살구꽃은 내 고향 영월에 특히 많은 꽃이다. 살구꽃이 필 때 영월에 내려가면 읍내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영월 방송국 근처에는 특히 이 나무가 많다. 나는 8층에 살고 있어 아파트 마당의 이 나무를 베란다 창을 열기만 하면 내려다 볼 수 있다. 봄날, 이 아파트에서 누리는 가장 큰 호사 중의 하나이다. 다음 주에는 그 호사를 누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살구꽃이 너무 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