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친구들이 몇 명 있다. 일본인 친구들이다. 그 중 한 명은 가와고에에서 자랐다. 히로타라고 불린다. 도쿄에 갔을 때 그에게 네가 자란 동네에서 만나자고 한 적이 있었다. 내 기대는 그가 자란 동네를 걸어다니며 그의 어릴적 기억을 함께 돌아보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그런 기회는 흔치 않다. 그 동네서 자란 친구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이다. 동네는 아무 것도 볼 것 없는 평범한 동네에서 순식간에 친구의 기억이 서려있는 이야기로 가득찬 동네로 바뀐다. 그가 다니던 학교가 그곳에 있고, 그가 이용하던 수퍼도 그곳에 있다. 친구들과 놀았던 놀이터도 있을 것이다. 나름 봄에 꽃이 좋았던 길이 따로 있을 수 있다. 동네는 매우 특별해진다. 나는 일본 친구를 둔 호사를 그런 경험으로 누리고 싶었다. 기대는 빗나갔다. 친구는 나를 가와고에의 관광지로 안내했다. 옛거리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볼거리는 많았다. 그래도 내가 기대한 일정은 아니었다. 다음에 도쿄에 가서 히로타를 다시 만나면 예전의 기대 그대로 그가 자란 동네에서 하루의 일정을 함께 하고 싶다. 특히 동네 수퍼가 있다면 그곳에서 캔맥주 사서 둘이 홀짝거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