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막 도착한 누군가의 발끝처럼 비가 온다. 언제나 발끝만 보이고 발끝을 본 반가움으로 맞으려 하면 그 뒤로는 아무 것도 보이질 않는다. 발끝의 뒤에선 무수한 빗방울이 쏟아지고 있을 뿐이다. 조심하시라. 조금이라도 더 일찍보고 싶은 마음에 걸음을 서두르면 온몸이 모두 잘게 나뉘어 무수한 발끝으로 바뀐다. 비 오는 날마다 걸음을 서두른 누군가의 마음이 허공에 가득이다. 비 오는 날이면 발끝을 맞으며 허공의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연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