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철로와 몸의 속도

Photo by Kim Dong Won
2005년 7월 8일 경북 문경에서

길은 버려지면 속도를 내려놓는다. 속도를 내려놓으면 그때부터 길은 몸의 속도로 다닐 수 있는 길이 된다. 천천히 철로를 걸어 터널을 빠져나갔다. 과거를 걷는 기분이었다. 왜 그랬을까. 문득 깨달았다. 시간이 과거와 현재를 가르는 것이 아니라 속도가 과거와 현재를 가르고 있다는 것을. 오래전에는 몸의 속도로만 살았고, 현재의 나는 몸의 속도를 버리고 기계의 속도로 살고 있다. 기계의 속도를 살던 몸이 잠시 과거의 몸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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