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2년 7월 14일 목요일, 양재동의 SPC 빌딩 앞에서 파리바게뜨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SPC 그룹은 파리바게뜨가 속해 있는 기업집단이다. 파리바게뜨 노동자들은 이 그룹의 빌딩 앞에서 불법노동탄압과 노조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외치며 농성을 하고 있다. 이 날은 단식농성 11일째라고 했다.
노동과 휴식은 굳게 묶여 있는 하나이다. 노동은 충분한 휴식과 함께 갈 때 비로소 노동이 될 수 있다. 적절한 휴식이 주어지지 않는 노동은 노동이 아니라 삶의 고역일 뿐이다. 자본은 그 둘을 떼어내 휴식을 지우고 노동자들에게 일만 시키려 든다. 노동자는 그러한 행위가 부당함을 몸으로 체험한다. 건강을 잃은 몸이 그 부당함으로 떠안게 되는 노동자의 몸이다. 파리바게뜨의 노동자들이 외친 많은 구호 중의 하나가 바로 휴식권을 보장하라 였다. 휴식도 없이 만들어내야 하는 빵은 눈물의 빵이 된다. 자본은 그 눈물의 빵을 은폐하면서 이익을 추구한다.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외침에 귀를 기울이면 바로 은폐된 빵의 진실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양재역의 SPC 빌딩 앞으로 모였다.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외침에 시간을 내준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거리에 앉아 시위 인원을 채웠다. 보통은 사람들이 모이면 머릿수를 채운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단순히 머릿수를 채운 것이 아니라 노동자에게 휴식권을 보장하는 세상을 위해 마음을 내준 사람들이다. 마음은 있지만 몸이 오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자리는 마음을 보탠 수많은 사람들도 함께한 자리이다. 자본은 그 마음을 보지 못하나 그 자리를 함께 사람들은 그 마음을 볼 수 있다.
행사는 파리바게뜨 문제 해결을 위한 3차 시민촛불 문화제였다. 저녁 7시에 문화제가 시작되고 그동안 싸워온 파리바게뜨 노동자의 투쟁을 보여주는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소선합창단은 세 곡의 노래로 그 싸움에 함께 했다.
첫 곡은 <진군의 노래>였다. 노래는 이 진군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는 세상을 넘어 “참된 세상”을 향한 진군이라고 말한다. 진군이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참된 세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세상으로 가는 길에 동참하고 있었다. 두 번째 곡은 <우리라는 꿈>이었다. 노래는 “서로 맞잡아 힘이 되는 연대 서로 맞잡아 꿈이 되는 노래” 속에 하나되는 우리를 전한다. 그것은 “포기할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는 우리의 꿈이다. 테너와 베이스가 앞을 열고, 그러면 소프라노와 알토가 같은 꿈을 함께 밀며 노래를 끌고 간다. 노래는 단순히 노래가 아니라 노래 속에 연대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세 번째 노래는 널리 알려진 <그날이 오면>이었다. 노래는 그날에 대한 꿈을 “한밤의 꿈은 아니리”라고 시작한다. 시위 현장의 시간이 밤으로 가고 있었다. 한밤의 꿈으로 사라지지 않을 밤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날은 더워 모두가 끈적이는 땀을 감내해야 했지만 노래는 이 밤의 모든 “기다림도 헛된 꿈이 아니었으리”라 회상하는 어느 미래의 시간을 함께 노래했다. 그 미래가 빨리 와야 하리라.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이 촛불 대신 받아든 작은 부채를 좌우로 흔들었다. 작은 바람이 일었다. 노래가 그 바람과 함께 했다.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빨리 일어나는 풀들의 세상이 아니라 바람을 일으키며 스스로 일어서는 풀들의 세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