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베이 사파이어의 바다

Photo by Kim Dong Won
2025년 3월 15일 서울 상도동에서

친구과 함께 술을 마셨다. 친구가 말한다. 봄베이 사파이어 맛있더라. 내가 되물었다. 뭐라고?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서 진 하나가 푸른 빛을 발하며 서 있었다. 저 술, 봄베이 사파이어. 술의 이름과 달리 그곳에서 빛나고 있는 것은 사파이어가 아니라 푸른 바다였다. 이름이 사실은 봄베이의 바다에서 술로 옮겨간 것인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 바닷가에 앉아 바라보며 바다의 색에서 사파이어를 떠올렸을 때 색은 바다에서 사파이어로 건너간다. 그 다음에는 그가 영국으로 돌아가 우연찮게 술을 빚어냈을 때 그 바다가 사파이어의 색을 그대로 안고 다시 술의 색으로 건너간다. 상상은 그 술의 색을 그렇게 더듬고 있었다. 술을 마신다는 것이 색을 마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사파이어의 단단한 광물성이 알콜성 액체로 바뀌고 그 액체가 우리를 취하게 한 뒤 우리를 데리고 푸른 바다로 간다. 술에 취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 있다. 내가 말했다. 꼭 푸른 바다 같아. 친구가 말했다. 다음에 저거 마시고 함께 바다에 가자. 세상의 어떤 대화는 그 대화를 나누어 갖는 사이 봄베이 사파이어를 마시고 취하면 바다를 펼쳐주는 술로 바꾸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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