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혀 있는 듯 보여도 밤마다 무덤이 열린다. 무덤을 굳게 닫아둘 수 있었던 것은 그곳에 묻힌 자가 죽었다는 사실이었다. 한낮엔 그 사실이 무덤을 잠가두는 굳건한 자물쇠가 된다. 그러나 밤이 가까워오면 죽은 자가 무덤을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넣는다. 무덤가를 지나는 우리의 두려움이 그 열쇠이다.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그 열쇠를 무덤 속의 죽은 자에게 건넨다. 때문에 밤이 가까워오면 무덤의 주인은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해가 지고 있다. 곧 어두워질 것이다. 빨리 산을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