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향해 달리는 버스

Photo by Kim Dong Won
2022년 7월 28일 광주원주고속도로를 달리는 서울행 버스 속에서

계절이 7월말의 한여름에 서 있을 때 강원도 영월에서 서울가는 저녁 6시의 버스에 몸을 실으면 출발할 때 차창 밖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것은 늦은 오후의 햇볕이다. 햇볕은 점점 기울기 시작하고 1시간쯤 지난 뒤엔 차창 밖으로 지는 해와 함께 서산 너머로 걸음을 옮기고 있는 저녁이 보이기 시작한다. 항상 저녁은 지는 해와 동행한다. 저녁이 가고 있는 곳은 버스가 가고 있는 서울 방향이다. 버스는 속력을 올리며 저녁을 향해 달려간다. 부지런히 저녁을 쫓아가지만 버스가 저녁의 걸음을 따라잡진 못한다. 저녁을 놓치고 나면 세상으로 어둠이 밀려든다. 저녁을 향해 달렸지만 서울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오는 것은 항상 건물들에 불을 밝힌 그날 밤이다. 저녁의 행방을 궁금해 하는 것을 눈치챈 밤이 말해준다. 저녁은 밝혀야할 내일이 바빠서 너를 기다리지 못하고 일찍 떠났다고. 한여름 저녁 6시 버스는 항상 저녁을 향해 달리지만 한번도 서울에서 저녁을 만나진 못한다. 따라가다 놓친 저녁은 이튿날 저녁 시간이면 다시 만날 수 있지만 나는 번번히 어제 버스를 따고 부지런히 쫓아가던 저녁의 기억을 잊고 만다. 저녁은 지나가도 나는 무심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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