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결이 된 처마의 그림자

Photo by Kim Dong Won
2015년 1월 7일 인천 강화의 교동도에서

벽의 그림자가 내게 속삭였다. 이 집의 지붕에선 바다가 찰랑거려. 얼른 처마를 올려다 보았다. 어디에도 물결은 없었다. 슬레트 지붕만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벽의 그림자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처마의 그림자가 벽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빛이 좋은 날, 처마는 빛을 타고 내려가 물결이 될 수 있었다. 슬레트 지붕을 올려다보는 것 보다 벽에 어리는 그림자를 보는 것이 더 좋았다. 그러면 처마끝에서 일렁이는 바다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림자에 귀를 기울여야 들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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