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글이란 붓으로든 펜으로든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판을 쳐서 글을 쓰는 시대이다. 붓과 펜으로 쓸 때는 내 안의 것이 붓과 펜을 타고 하얀 종이 위로 흘러나오는 느낌이다. 자판을 쳐서 글을 쓸 때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치는 시대엔 자판을 톡톡 치면 치는대로 어디선가 불려나온 글자가 모니터 위에 나타난다. 마치 내 안의 것을 내 앞으로 불러내는 느낌이다. 아니 때로는 어디 허공의 알 수 없는 곳에서 글을 불러내는 느낌도 든다. 글은 이제 내 안에서 종이 위로 흘러나오던 시대에서 내 앞으로 불러내는 시대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