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된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 집회 연대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2월 21일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 집회 연대공연
서울 강북구청 앞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2월 21일 화요일 서울의 강북구청 앞에서 강북구 도시관리공단 노동자들의 집회에 함께 했다. 노동자들의 요구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적정 인원을 뽑아서 안전하게 일하게 해달라고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인력을 과도하게 줄임으로써 살려고 하는 일이 죽는 일이 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얘기도 된다. 노동자들의 요구에는 일하다 죽지 않게 해달라는 절실함이 묻어 있다. 강북구청장은 이러한 노동자의 교섭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노동자와 함께 하는 이소선합창단의 활동은 요즘은 노래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음향기기를 설치하는 작업부터 시작되고 있다. 음향기기가 부족한 현장에 직접 음향기기를 싣고 가서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이날도 예외가 아니었다. 노래에 앞서 음향기기를 싣고 가고 내리고 설치하는 노고가 있었다.
다른 날과 달리 공연히 독특하게 이루어졌다. 대개 합창단은 서서 노래부르고 집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앉아서 듣는다. 길이 무대이자 객석이 된다. 그러나 이 날은 인도를 가운데에 비워두고 인도 곁의 계단에 노동자들이 섰고 합창단은 차도에 섰다. 보통 선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앉은 사람은 듣게 되지만 둘 모두가 서자 둘은 서로 수평으로 눈이 맞았다. 노동자들의 손에 든 피켓에선 그들의 요구가 선명했다. 실질적 고용주나 다름없는 구청장이 해결하라는 요구가 그 가운데 있었으며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는 투쟁의 의지도 피켓의 문구 가운데 하나였다. 합창단이 부를 노래를 소개하며 합창단의 소프라노 김규희는 구청장이 대화에 응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개짓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말하여 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합창단은 앵콜을 포함하여 모두 네 곡의 노래를 불러 피켓을 들고 눈을 맞춘 노동자들의 뜻에 부응했다. 첫 곡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였다. 노래는 이 싸움에 임하는 노동자들의 결연한 의지가 된다. 노동자는 살기 위해 싸우고 노래는 그 의지를 더욱 굳건하게 해준다. 두 번째 노래는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노래는 밝고 경쾌하다. 그 즐거운 리듬이 꿈꾸는 세상은 “우리가 지은 밥과 옷”이 자본가의 이익으로 수탈되지 않고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와서 우리의 생명이 되는 세상이다.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 건강한 노동의 세상이기도 하다. 노동자는 “새 세상”을 꿈꾸고 노동자가 꿈꾸는 세상을 합창단은 노래에 담는다. 노동자들이 앵콜을 외쳤지만 아직 세 번째 노래가 더 남아 있었다. 세 번째 노래는 <해방을 향한 진군>이었다. 노래는 파업이 해방의 다른 이름이라고 선언한다. 그것은 인간의 목숨마저 하찮게 여기는 자본의 탐욕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 해방으로 가는 길의 가슴은 뛴다. 그 가슴 뛰는 자리에 “노동자의 힘과 뜻”이 모여있다. 강북구청의 앞도 노동자들이 그동안 이어온 그 해방의 길을 잇는 또 하나의 걸음이 된다. 합창단이 그 해방을 향한 진군을 노래하며 노래를 그 걸음 앞에 깃발처럼 걸었다. 앵콜이 나왔고 앵콜보다 더 절실하게 들렸던 것은 “가지 마세요”라는 어떤 노동자의 외침이었다. 합창단은 다시 길로 나가 앵콜을 <민중의 노래>로 받았다. 노래가 “너는 듣고 있는가”로 시작하여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로 흐를 때 노동자들이 들고 있던 피켓들이 좌우로 몸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합창단의 노래는 노동자의 춤이 되었다.
독특한 구도의 집회였다. 인도를 가운데 두고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와 합창단이 마주했기 때문이다. 마주한 둘은 서로 눈을 맞추고 있었다. 사람들이 노동자와 합창단의 사이로 흐르는 노래를 길처럼 걸어 지나갔다. 노래는 마치 노동자와 합창단의 사이에서 타오르는 불꽃 같기도 했다. 날씨가 추운 날이었지만 그 노래의 불꽃으로 모두의 마음이 따뜻했다. 노동자의 요구 앞에선 어떤 대화도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노래가 그랬듯이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노래처럼 호응하면 세상 모두의 마음을 녹여줄 불꽃 같은 대화가 그 자리에 놓인다. 합창단의 노래가, 노동자들이 손에 듯 피켓의 문구들이 불꽃 같이 따뜻하게 일어난 날이었다.

2 thoughts on “불꽃이 된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강북구도시관리공단 노동자 집회 연대공연

  1. 합창단 글을 남겨주셔서 들어와 읽고 사진도 봅니다. 읽다 보면 생각하게 하고 현재의 삶을 돌아 보게 합니다. 무엇보다 찬겨울 거리 바닦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닿고자 하는 따듯한 마음이 글에서 느껴지는 힘인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응원합니다.

    1. 매주 연습하고 현장에 가서 노래로 연대하는 합창단이 존경스러워요. 새로운 단원으로 함께 해주셔서 고맙구요. 자주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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