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하나가 있었네.
그 꽃은 바위를 사랑했네.
세상의 다른 모든 꽃들은 기름지고 넓은 밭을 사랑했지.
밭을 버린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네.
하지만 그 꽃은 밭을 버렸네.
그리고 바위를 사랑했네.
꽃은 바위 위로 날아가 뿌리를 내렸네.
아니, 아니, 그건 아니네.
뿌리를 내리는 건 밭으로 간 꽃들의 얘기지.
뿌리가, 부드럽고 고운 흙을 헤쳐 땅속 깊이 내려갈 때, 뿌리를 내린다고 하지.
바위로 간 꽃은 돌 속으로 들어간 거라네.
바위 위에선 꽃이 뿌리를 내리려 흙을 구하면
언제 바위를 미끄러질지 모른다네.
그곳엔 그저 흙이라곤 하루하루를 연명하기에 급급한 정도라네.
바위 위에선 뿌리가 흙을 구하면 하루를 넘기기도 전에 벌써 목이 마르네.
그럼 정신은 흩어지고, 곧바로 바위를 미끄러지게 되네.
바위로 간 꽃은 그걸 잘알고 있었다네.
그 꽃은 뿌리를 내릴 흙을 구하지 않았다네.
그 꽃은 뿌리를 뻗어 돌 속으로 들어갔다네.
그리고 돌 속에서 살았다네.
언듯 지나다 그 꽃에게 들었는데 그 바위는 사실 바다였다네.
그 말은 맞는 것 같았네.
바다가 아니었다면
꽃의 그 여린 뿌리가 어떻게 돌 속으로 뿌리를 담글 수 있었겠나 싶었네.
내려오다 다시 올려다보니
바위는 간데 없고, 우람하고 넓은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네.
그 꽃이 이제 그 바다에 몸을 담그고 헤엄치고 있었네.
헤엄치다 수면을 솟구쳐 오를 때면
꼬리지느러미 가까운 쪽에서 노란 꽃 같은 빛 하나가 반짝이고 있었네.
6 thoughts on “바위와 꽃 2”
바위가 바다였던 꽃 이야기 잘 엮으셨네요^^
정선의 정암사에서 탑에 돋아난 풀 봤어요.
자연은 불가능이 없다는 거, 참 멋지고 경이로와요.
그때 착상을 해서 엮었지요.
좀전에 마당에서 화초들을 손보고왔는데 그것들이 미워지네요.
쟤는 바위에 달라붙어서도 예쁜 꽃을 피우는데
울집애들은 풍요로움속에서도 늘 골골거려요.
좀 굶겨서 정신좀 차리게 해야하나.ㅋㅋ
그러시면 아니되옵니다.
그 마당의 화초들은 가을소리님 사랑을 먹고 자라려고 버티고 있는데 사랑을 더욱 주셔야죠.
아니, 어떻게 저기에서 꽃이 피어났을까요?
참으로 신비로운 자연이에요. 🙂
수락산 정상에서 장암역 방향으로 내려가려면
좁은 바위 틈사이로 빠져나가야 하는데
그 바위에 피어있더라구요.
제 눈에는 그게다 위대한 사랑의 힘이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