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의 틈이 아니다. 벽에 난 수직의 틈새이다. 풀은 수직을 수평으로 평정하고 그곳을 자신의 푸른 삶으로 지배한다. 수직을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풀에게 벽의 수직은 더 이상 수직이 아니다. 풀은 수평으로 펼친 자신의 삶으로 그곳의 수직을 수평으로 전환한다. 벽은 영문도 모른채 그곳에서 자신의 수직을 잃고 수평이 되고 만다. 풀같은 사람은 없을까. 수직의 구조 속에서 수평의 삶을 펼치며 수직의 구조가 영문도 모른채 수평으로 전환되게 하는 사람이다. 그럼 위아래가 있고 위가 아래를 억압하던 세상이 수평이 되면서 모두가 위아래 없이 똑같아질 것이다. 아직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다. 그런 세상도 보지 못했다. 때문에 잠시 수직의 벽앞에서 풀의 위대함을 경배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