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보내지 못하는 산자들의 집회 – 이소선합창단의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5월 25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공연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5월 25일 목요일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리고 있는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에 함께 했다. 산자들이 죽은 자를 보내지 못해 마련하고 있는 집회이다. 그가 꿈꾸던 세상에서 그를 보내려고 산자들이 모여 투쟁의 구호 속에 의지를 모으는 집회이다. 그가 꿈꾸던 세상은 부당한 노동 탄압으로 노동자가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그의 죽음을 놓을 수 있다며 산자들이 매일 모여 그를 회고하고 그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그를 회고할 때면 투쟁의 구호는 잠시 잦아들고 사람들의 붉어진 눈시울만 완연해진다. 이곳에선 알게 된다. 눈물이 사람이란 것을. 그가 세상 뜬지 여러 날이 지났지만 그를 회고할 때마다 사람들은 눈을 넘쳐나는 눈물을 막지 못하고 있다. 목소리도 눈물에 젖어 울먹거리곤 한다.
집회는 모두가 함께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되었다. 합창단도 집회에 모인 사람들의 일원이 되어 함께 노래 불렀다. 노래가 말하는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로 꿈꾸는 세상은 오늘은 노동자가 정당한 노조 활동을 부당하게 탄압받는 일이 없는 세상이다.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키는 것이 그 세상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그 세상을 위하여 산자들이 모여있었다.
이소선합창단은 모두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김소월의 시를 노래로 옮긴 <기도>였다. 단원 중 한 명인 소프라노 최선이가 불렀다. 노래는 “눈을 감고 잠잠히 기도드리라” 한다. 또 노래는 예언한다. “멍에는 괴롭고 짐은 무거워도 두드리던 문은 머지 않아 네게 열릴지니”라고. 그리고 노래는 그 끝에서 “그대 영혼 감싸리”라고 했다. 노래는 ‘기도드리라’ 했고 “문은 머지 않아 네게 열리”리라 예연했으며, 그 기도가 우리의 “영혼을 감싸” 줄 것이라 했지만 우리의 현실은 기도를 회의하게 한다. 하지만 노래를 듣는 나는 노래가 마치 집회의 모든 것이 기도라 말하는 듯 들렸다. 때문에 양회동 열사를 회고하는 일이 노래 앞에선 기도의 한 형식이 된다. 그 때마다 붉어지는 눈시울도 뜨거운 기도의 하나가 된다. 불끈 쥔 주먹 속에 세상 변혁의 의지를 다지며 외치는 투쟁의 구호 또한 노동자들의 기도가 된다. 모두가 그랬는지 노래의 끝에서 다들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노래는 그 자리의 모든 것을 기도로 바꾸어 놓았다.
합창단의 단원 모두가 입을 모아 두 번째로 부른 노래는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였다. 노래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샛바람에 떨지 마라 창살 아래 네가 묶인 곳 살아서 만나리라”고 한다. 많은 건설노동자들이 부당한 혐의 아래 영어의 몸이 되고 있다. 시인 김주대는 그의 시 「김진숙」 에서 “죽은 자와 산 자가 연대하는/목숨의 바닥이자 고공인 크레인에서/인간의 궁극을 운다”고 했었다. 김진숙의 고공 투쟁을 가리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인간의 궁극”을 우는 그 울음에 공명하여 그 자리에 함께 모이고, 그 사람들 모두가 “고공”이 될 때 그 고공에서 지상으로 내려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다. 건설노동자를 잡아들이고 가두는 세상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그 부당한 현실을 겪으면서도 싸워가는 노동자들에게 공명하여 사람들이 모일 때 우리가 모두 살아서 만나게 된다.
합창단이 세 번째로 부른 노래는 <먼훗날>이었다. 노래는 우리에게 오고야 말 ‘먼훗날’을 노래한다. 노래는 그 날을 가리켜 “의로운자 살은자 죽어간 넋이 평등을 이루었네 사랑을 이루었네”라고 했다. 사랑은 어쩌면 그때서야 비로소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노래는 그 날을 “먼훗날”이라 했지만 노래를 소개할 때 이소선합창단 대표 김종아는 그 날이 너무 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두의 마음이었다.
집회는 또한 노래로 마무리되었다. 모두가 함께 부른 노래는 <동지가> 였다. 함께 주먹을 쥐고 노래 불렀다. “세상 살아가는 동안에도 우리가 먼저 죽는다해도 그 뜻은 반드시 이루리라 승리하리라.” 죽음도 함께할 승리의 그날이 사람들의 움켜쥔 주먹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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