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면서 마음에 새기는 노래 – 이소선합창단의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6월 15일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 공연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앞

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6월 15일 목요일 광화문의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건설노동자 양회동 열사 추모문화제에 함께 했다. 여섯 번째 참가이다. 서울대병원의 장례식장으로 그를 찾아간 것이 세 번이었고,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에 대한 부당한 탄압에 항거한 그의 죽음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자 추모의 자리를 광화문의 파이낸스 빌딩앞으로 옮긴 뒤로도 이번까지 세 번 그를 찾았다. 이제 산 사람들이 6월 20일에 시민사회장을 치뤄 그를 보내주기로 했다고 들었다. 합창단은 추모문화제의 마지막 순서로 무대에 올라 모두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 곡은 <사랑 그것은>이었다. 소프라노 최선이가 홀로 노래를 연다. 노래는 “사랑 그것은 다만 우리가 마침내 둘이 되어 고단한 우리들의 앞날을 본다는 것”이며 “사랑 그것은 다만 우리가 마침내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둘은 사랑의 최소 단위이다. 사랑이 시작되려면 때문에 최소한 둘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 둘은 둘로 그치지 않고 셋, 넷, 다섯으로 확장되고 늘어난다. 노래를 부르는 합창단의 앞에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앉아 있었고, 그들의 눈이 바라보는 미래에는 부당한 노조 탄압이 없고 노동자가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담겨 있었다. 홀로 부른 노래를 합창단이 목소리를 모두 모아 이어간다. 이제 노래는 “무엇이 또 일어서는가”라고 묻고 “일어서는 것은 이미 살아 있는 수천의 미래”라 말한다. 둘로 시작된 사랑은 이제 살아있는 수천이 꿈꾸는 미래가 된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홀로 부르는 사랑의 노래가 된다. 집회는 단순히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 아니라 수천이 함께 부르는 합창이다. 노래는 그렇게 사랑으로 시작되고 합창으로 열렸다.
합창단이 두 번째로 부른 노래는 <산디니스타의 노래> 였다. 노래는 “우리가 지은 밥과 만든 옷들과 우리가 쌓은 벽돌 모두가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기쁨과 자유 평등 누릴 때 만인의 전쟁은 만인의 평화”가 된다고 말한다. 노래 속엔 밥을 지으면서도 노동자가 그 밥을 먹지 못하고, 옷을 만들면서도 노동자가 그 옷을 입지 못하며, 벽돌을 쌓아 집을 지으면서도 노동자가 그 집에서 살지 못하는 이 세상의 현실이 담겨 있다. 그 세상에서 자본은 경쟁이란 이름으로 노동자가 밥과 옷과 벽돌을 위해 서로 싸우도록 조장한다. 노래는 그런 세상을 거부하고 그 모든 것이 노동자에게 돌아가는 세상을 꿈꾼다.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이란 노동자가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다. 그것은 다만 노동자가 제대로 대접받아 밥을 짓는 노동자도 그 밥을 사먹을 수 있고 옷을 만드는 노동자가 그 옷을 사입을 수 있으며 집을 짓는 노동자가 그 집에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세상일 뿐이다. 노동 산물을 노동자도 이용하고 쓸 수 있는 세상이 노동자가 주인된 세상이다. 노래가 그 “새 세상”을 노래했다.
세 번째 노래는 <잘가오 그대> 였다. 노래는 “잘가오 그대”라며 그를 보낸다. 그러나 그를 보내면서 노래는 “이 어둠은 오래 않”을 것이며, “우린 눈부신 아침을 맞으리”라 말한다. 사람들은 어둠의 실체를 알고 있으며, 그 어둠에 항거하기 위해 모여서 목소리를 모은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이 그 어둠에 대하여 외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가 그 목소리의 요구였다. 때로 아침은 그냥 오지 않는다. 노동자의 세상에선 지금이 지구가 어둠의 시간에서 자전을 멈춘 시절이다. 싸움은 지구를 다시 돌려 아침을 가져오는 일이다. 그대는 보내지만 사람들은 눈부신 아침에 대한 의지는 손에서 놓지 않았다. 때로 사람들의 의지가 멈춘 지구를 돌려 아침을 불러온다.
죽음을 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 죽음이 부당한 권력에 내몰린 죽음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소선합창단은 그 죽음 앞에 노래로 함께 했다. 그것은 죽음을 보내는 일이 아니었다. 보내면서 그가 죽음으로 홀로 부르는 노래를 세상 모두의 합창으로 가져가는 일이었다. 노래는 그를 보내면서 가슴에 새기는 일이기도 했다. 그는 가면서 우리 곁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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