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고양이는 가끔 베란다에 앉아 열린 창으로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보며 멍을 때린다. 무슨 생각이 저리도 깊은 것일까. 혹시 밖을 내다보며 길고양이 시절의 회상에 잠겨 있는 것은 아닐까. 집나가면 개고생이라는 얘기는 모두 헛소문이야. 개고생은 개들의 운명일 뿐, 결코 고양이의 운명이 될 수는 없어. 내가 길에서 살았을 때는 어느 길에서나 길에 깔려 있는 것은 항상 자유였지. 그렇게 생각하며 옛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개과가 아니라 고양이과다. 집나온 뒤의 개고생은 개과들의 운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