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항상 강건너에 있었다. 강이 깊고 그 폭이 넒을 때 그리움도 비례하여 깊어지고 멀어졌다. 우리는 그리움에 닿으려면 강의 위나 아래로 한참을 올라가거나 내려가 다리를 건너야 했다. 강건너의 그리움은 빤히 보이면서도 아득했다. 우리는 빤히 보이는 곳을 아득하게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그리움은 잠시 우리의 시야에서 지워졌다. 우리가 작은 배라도 한척 장만하고 싶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배에 오르고 노젖는 팔에 힘을 주면 보이는 곳의 그리움은 언제나 그 배끝에 댈 수 있었다. 가는 내내 우리는 초점을 잃지 않았다. 우리가 배를 장만하고 싶었던 것은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그리움으로 건너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배가 있으면 그때부터 우리는 강건너의 네게로 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는 네가 우리의 눈속에서 잠시라도 지워지는 것을 못견뎌했다. 결국 둘은 둘이 지워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강을 지우고 배는 치워버렸다. 둘은 서로를 눈앞에 두고 함께 살았다. 시간이 흐르고 어느 때부터인가 둘은 서로를 눈앞에 두고도 서로를 지우고 살았다. 가끔 강가에 선다. 강엔 다시 물이 차있고, 강가엔 빈배가 흔들리고 있다. 강건너를 아무리 바라보아도 이제 너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