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굴복하는 아름다운 노동의 세상 – 이소선합창단의 톨게이트 해고노동자 농성 지지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7월 23일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농성 지지 공연
서울 청와대 앞 도로

이소선합창단은 2019년 7월 23일 화요일 저녁 7시, 청와대 앞의 도로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과 함께 하는 연대 공연의 무대에 올랐다. 날은 더웠다.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5년을 일한 직장이 어느 날 해고통지를 했으며 해고 이유는 계약해지라는 네 글자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더운 날씨도 분노한 노동자들을 막지 못했다.
합창단의 노래는 <이름>으로 시작되었다. 노래는 노동자라는 이름이 “누구의 이름도 아닌 모두의 이름”이라고 노래했으며, 노동자라는 이름이 “황금보다 무거운 이름”이니 더높은 이윤을 이유로 노동자를 가볍게 대하지 말라했다. 노래의 앞에 그 이름을 가진 노동자들이 앉아 있었다. 합창단이 부른 첫 노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바로 노동자들의 것이었다.
두 번째 노래는 <솔아 솔아 푸르는 솔아>였다. 우연찮게 노래를 듣고 있는 노동자들 가운데 초록의 재킷을 입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었다. 재킷에는 민주노총이란 글자가 선명했다. 노래는 저 들의 푸른 솔을 노래했지만 노래의 앞엔 길거리의 푸른 솔이 앉아 있었다. 푸른 솔은 길거리에서도 굳건하게 살아서 직장으로 돌아갈 날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노래는 <진군의 노래>와 <해방을 위한 진군>이었다. 진군의 방향은 분명했다.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퇴직 때까지 일할 수 있는 세상이 그 진군의 끝에 있었다. 노래는 그 세상이 해방된 세상이라고 했다. 다섯 번째 노래는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노래가 끝났을 때 노동자들이 환호했고 큰소리로 앵콜을 외쳐 주었다. 함성이 하늘을 찔러 함성에 찔린 하늘의 비명을 들은 듯도 했다.
합창단이 부른 앵콜곡은 <그날이 오면>이었다. 합창단은 무려 여섯 곡의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부르는 동안 상당히 그날 가까이 갔을 것이다. 거리의 공연은 소음의 방해가 큰데 청와대 앞의 이면 도로는 차들이 발끝을 들고 조심조심 걷듯 옆을 지나갔다. 노동자들이 시위하고 이소선합창단이 노동자들과 연대하여 노래를 부르는 곳에선 그러한 자동차의 보행이 기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은 또 있다. 대통령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겨 광화문 시대를 열고 퇴근길에 맥주집에서 시민들과 함께 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이 시위의 끝자리에 앉아 함께 구호를 외치며 노동자들에게 마음을 나누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그 바람이었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 노래가 알려주는 아름다운 이름, 바로 노동자들 앞에서 세상 그 어떤 것도 노동이 아름답기에 아름다운 것 앞에 굴복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무더운 날씨는 이미 노동자들에게 굴복한 듯했다. 아름다운 노동, 아름다운 노래 앞에 굴복하는 세상이 아름다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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