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숫자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8월 1일 서울 천호동의 우리 집에서
보일러 제어기

집안에 숫자가 있다. 보일러 제어기의 33은 실내 온도의 숫자이다. 30까지는 참을만한데 33에 이르면 거의 참기 어렵다. 보일러 제어기의 숫자는 에어컨 가동할 시기를 알려준다. 대체로 33에선 에어컨을 켠다. 습도가 높은 날이면 31에서 켤 때도 있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8월 1일 서울 천호동의 우리 집에서
공기청정기

집안에 숫자가 있다. 공기청정기의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냄새도 탈취해준다. 냄새 탈취 성능은 정말 놀랍다. 문을 닫아놓으면 정말 빠르게 공기를 깨끗하게 걸러낸다. 음식을 조리하다 태웠을 때 아주 유용하다. 요즘은 문을 열어놓아도 공기질이 아주 좋다. 20을 넘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동풍과 북풍 덕이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8월 1일 서울 천호동의 우리 집에서
디지털 시계

집안에 숫자가 있다. 디지털 시계의 숫자는 앞으로 흐른다. 그러다 12시가 되면 다시 시작한다. 앞으로 가는 듯해도 다람쥐 쳇바퀴처럼 제자리로 돌아온다. 온도도 표시된다. 요일은 한자로 표시된다. 딸이 유학할 때 일본에서 샀다가 들고온 것이라 그렇다.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8월 1일 서울 천호동의 우리 집에서
체중계

집안에 숫자가 있다. 체중계의 수치는 70을 넘어가면 배가 나온다고 경고하는 수치이다. 한때는 70을 넘어갔었다. 몸이 무겁기는 했었다. 너무 낮아도 안좋다. 너무 낮으면 이상하게 피곤하다. 요즘은 적절한 것 같다.

자연에는 수치는 없다. 덥다, 시원하다가 있을 뿐이며, 공기가 탁하다와 맑다가 있을 뿐이다. 해가 떴다와 저물었다가 있을 뿐이며, 배가 나오거나 들어갔다가 있을 뿐이다. 나는 여전히 자연과 살지만 이제는 자연을 모두 수치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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