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잘해주던데.. 내게도 그렇게 잘해주면 안돼?”
그게 시간 차이 때문에 그래. 내가 너랑 같은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질 않아. 아인쉬타인이 그랬어. 발 아래의 시간과 머리 위의 시간이 차이가 난다고. 발이 중력에 더 가깝기 때문이지. 중력에 가까우면 시간이 느려져. 발 아래쪽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른다는 거지. 이게 웃기는 것 같지만 인공위성만큼 지구로부터 떨어져서 중력에서 크게 멀어지면 시간의 속도가 감지될 만큼 차이가 나서 인공위성이 GPS 정보를 지상으로 보낼 때 시간을 지상의 시간으로 수정을 해서 보내야 할 정도야. 말하자면 인공위성의 시간을 우리가 지상에서 쓰는 시간으로 계속 수정을 해주어야 한다는 얘기지.
지구만 중력을 갖고 있는 게 아니야. 우리들 생각의 관습도 중력을 갖고 있어. 그 관습의 중력에 가까이 있을수록 시간이 느려져서 사실은 오늘을 살고 있는데도 과거를 사는 경우가 많아. 누가 그 관습의 중력을 멀찌감치 벗어났는지는 사실 알 수가 없어. 하지만 그게 생각과 말을 통해 나타나곤 하지.
100년전에는 여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생각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 관습의 중력에 묶여 있던 시간을 풀어내 생각을 바꾸면서 지상에서도 시간이 흘렀지. 그런데 100년전의 중력에 그대로 묶여 있으면 지금을 살면서도 사실은 100년전을 그대로 살게 되. 지구의 중력은 우리들을 날 수 없게 만들고, 관습의 중력은 우리들 생각이 자유롭게 날 수 없게 만들어.
관습의 중력을 뿌리치고 날아오른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미래를 사는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어. 그렇게 되면 관습의 중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잘해주기가 힘들어. 나를 관습의 중력으로 옭아매려고 하는 사람으로 보이거든. 관습의 중력은 지구의 실제 중력하고 많이 달라. 생각을 바꾸면서 노력하면 그 중력에서 벗어날 수가 있거든. 현대의 양자역학에서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공부좀 하면 도움이 될 거 같아. 나 그거 많이 들여다 보거든. 불면증일 때도 아주 좋아. 조금만 들여다 보다 보면 잠도 절로와. 조금 시간을 맞춰줘.
(그녀가 말한 누군가는 그녀와 나의 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