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대관령 옛길을 혼자 걸어서 넘은 적이 있었다.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중간쯤 새로난 영동고속도로의 불빛이
멀찌감치 환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걸음을 옮기자 이내 사라졌다.
길옆에 무덤이 나타났을 때는 머리털이 쭈볏서기도 했지만
중간에 만난 계곡에선 신발을 벗고 한가운데로 들어가
바위에서 자리를 찾고
발을 물에 담근채 고개를 넘어온 다리의 피곤을 식혔다.
길을 다 내려가니 12시가 가까워진 시각의 시골 마을은
길에서 모든 인적을 거두어 들인 뒤였다.
다만 낮에 길을 오가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평상이 텅 비어있었다.
그 평상에 몸을 눕히고 한참을 쉬었다.
하늘에 별이 가득했다.
8월이었지만 밤날씨가 서늘해 모기들도 사람을 괴롭히질 못했다.
하지만 나도 모기와 마찬가지로 추위를 견디기 힘들었다.
멀리는 못가고 가까운 곳에서 여관을 잡아 하루 묵었다.
양말을 벗어보니 발에 물집이 잡혀 있었다.
사람들은 번잡함을 이유로 한적하고 먼 자연으로 유배되고 싶어한다.
밤에 가니 대개는 어디나 그런 곳이었다.
시간을 바꾸면 한적함도 멀지 않다.
하지만 많이 무섭다는 것이 흠이다.
난 간이 부어올랐을 때쯤 한번 더 갔었다.
권하고 싶지는 않다.
두 번째 갔을 때는 길을 내려온 뒤 동네분을 만났는데
어둠 속에 나타난 나를 보고 동네분도 놀랐었다.
너무 위험하니 밤에는 다니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나니 그제서야 무서웠다.
그래도 문득 한밤의 그 대관령길이 그립다.
가끔 삶이 대관령의 어두운 밤길보다 더 어둡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