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가을벼

Photo by Kim Dong Won
2014년 9월 9일 인천 강화의 교동도에서

아우, 참, 나 아무 것도 아냐.
나 그냥 이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 중
하나일 뿐이야.
내가 그렇게 말을 해도
내가 걷는 논둑길의 걸음 앞에서
벼는 자꾸만 내게 머리를 조아리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왕의 행차라도 맞는 듯 했다.
세상의 온갖 곳에서 짓밟힌 자존감을
가을벼가 다 챙겨주었다.
이래서 밥을 먹고 나면 힘이 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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