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툭귀신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9월 11일 경기도 하남의 검단산에서

밤은 낮의 연장이다. 밤이라고 세상이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뜻이다. 다만 낮은 밝아서 모든 것이 훤히 보이고 밤은 어둠이 세상을 덮어 하나도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귀신은 밤에만 출몰한다. 그러나 사실 귀신도 밤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무 것도 보이질 않으니 그 보이지 않는 자리를 귀신이 비집고 들어설 뿐이다. 귀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자리를 우리가 두려움 때문에 귀신으로 채운다는 뜻이다. 낮에는 세상이 너무도 확연하게 보여 귀신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가 없을 뿐이다. 밤의 내 경험이 그렇다. 어두운 산길을 가다 밤송이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면 잠시 밤송이도 귀신이 된다. 하필 앉아서 쉰 자리가 밤나무 밑이었기 때문이었다. 떨어질 때마다 툭툭 소리가 나서 툭툭 귀신이라 이름 붙여주고 다시 자리를 일어섰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