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선합창단은 2023년 9월 9일 토요일, 3회째를 맞은 도심 제조노동자 콘서트에 함께 했다. 콘서트는 충무로에 자리한 하제의 숲에서 저녁 5시에 시작되었다. 제화, 봉제, 주얼리, 인쇄업에 종사하는 도심의 노동자들이 모였고, 노동하며 살아온 성실한 삶에 대한 이야기 시간이 있었다. 이야기는 그들의 노동이 몸으로 기술을 익혀 숙련도를 쌓고 오직 그 숙련도에 기대어 살아온 삶이었음을 알려주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숙련의 끝에서 부딪친 것이 노동에 대한 존중과 정당한 대우가 아니라 자본의 무자비한 수탈이었음을 상기시켰다. 이야기를 들을 때 같은 자리에 노동의 존엄함을 아는 사람들이 차려낸 밥과 음식, 그리고 술이 함께 있었다. 주최즉에선 이 자리를 가리켜 노동자를 위한 디너쇼라 명명했다. 디너쇼에 걸맞게 참가한 가수들이 흥을 돋워주었다. 연대의 자리였지만 동시에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을 스스로 대견해 하는 잔치 마당이기도 했다. 이소선합창단은 첫 회부터 이 콘서트에 함께 하며 3년째 연이어 참가하고 있다.
이소선합창단의 순서는 마지막에 잡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에 주최측에서는 합창단에 한하여 2인분의 식사를 해도 무방하다고 허용해 주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이소선합창단의 순서가 왔다. 합창단의 첫 노래는 <이름>이었다.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지휘자 임정현이 이소선합창단은 노동자 합창단이며 단원 모두가 노동자라고 소개를 했으며, 혹시나 노래를 너무 잘 부르더라도 정말 노동자 합창단이 맞냐는 의심이 없기를 바란다는 부탁의 말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은근슬쩍 합창단의 노래 실력을 미리 과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도심의 제조노동자들은 구두를 만드는 제화 노동자와 옷을 만들어온 봉제 노동자의 삶을 얘기했고, 합창단이 목소리를 모아 부른 노래 <이름>은 그 노동자가 “미래의 이름”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미래의 이름이 되어야할 그 노동자는 노래 앞의 “바로 여러분!”이었다. 노래가 그 사실을 분명하고 명확하게 외쳤다. 노래가 끝났을 때 객석에서 “합창이 좋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금까지 노래의 리듬에 맞춰 신나는 몸의 시간을 가졌던 노동자들이 이제는 노래에만 귀를 기울여 주었다.
합창단이 부른 두 번째 노래는 <산디니스타에게 바치는 노래> 였다. 노동자의 가장 경이적인 측면은 숙이고 엎드려야 하는 삶을 살면서도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이 부당하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인간을 외치며 일어선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하여 노동자가 일어섰을 때 일하면 일할수록 부유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난해지기만 하는 모순된 경험 속에서 “우리가 지은 밥과 만든 옷과 우리가 쌓은 벽돌 모두가” 자본가가 아니라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그리하여 “기쁨과 자유 평등을” 노동자가 누리는 세상을 꿈꾼다. 노래가 바로 그 세상을 위하여 싸우자 했고 그 자리에 이미 그 세상을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이 모여 있었다.
세 번째 노래는 <선언 1, 2> 였다. 노래는 “수천년 이어온 생산의 힘으로 새세상 만들어내리라” 선언한다. 선언은 우리가 쓸 물건들을 만들어내는 그 제조 노동의 손이 새세상을 만들어낼 때 그 세상이 “참정의 세상 참평화의 세상”이라고 선언을 이어갔다. 몸의 노동만큼 정직한 것이 어디에 있으랴. 선언은 평생을 정직하게 노동에 기대어 살아온 도심 노동자들의 삶이 곧 새세상의 선언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앵콜이 나왔고 합창단은 앵콜을 받았다. 지휘자 임정현은 앵콜로 부를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를 이소선합창단 최대의 히트곡이라고 소개했다. 객석에서 따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히트곡이 분명했다. 노래가 그 자리의 모든 이를 단결한 민중의 이름으로 묶어 주었다.
노동자의 잔치 마당에 노동자 합창단의 노래가 함께 한 시간이었다. 연대의 즐거움이 끊이지 않는 웃음으로 이어진 시간이기도 했다. 콘서트는 노동만 하면 고립되기 쉬우나 노동하고 연대하면 크게 즐거울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