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된 노동의 꿈 – 이소선합창단의 전태일 거리축제 공연

Photo by Kim Dong Won
2019년 10월 19일 전태일 거리축제
서울 청계천의 전태일 다리

이소선합창단은 2019년 10월 19일 토요일, 전태일 거리축제에 참가했다. 축제가 열린 곳은 청계천의 전태일다리였다. 오후 1시부터 축제가 시작되었으며, 합창단의 차례는 오후 5시쯤이었다. 축제를 기념하여 하늘에선 멀리 청계천 위로 구름 아치를 걸어주었다. 합창단의 차례가 왔을 때쯤 기울어지던 햇볕이 기다리고 있는 단원들의 눈높이에 걸리더니 이내 서쪽으로 넘어갔다.
해는 넘어갔지만 무대에는 햇볕보다 더 환한 노래가 채워졌다. 합창단은 모두 세 곡의 노래를 불렀다. 첫곡은 <몰랐다> 였다. 산재로 고통받는 한국의 노동 현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고백의 노래였다. 전태일이 몸을 불살라 바꾸고자 했던 현실이기도 하다. 소프라노가 노래를 열고 합창단의 모두가 그 몰랐다는 고백에 동참했다. 두번 째 곡은 <천리길>이었다. 합창단이 노래한 천리길은 전태일이 걸었고, 그의 뜻을 이어받은 사람들이 걸었던 길고 오랜 길이기도 했다. 사람들이 이제는 축제의 즐거운 마음으로 그 길을 노래와 함께 걸었다. 마지막 곡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였다. 노래는 몰랐던 노동현실에 눈뜨고 천리길을 함께 하면 그 길의 싸움에서 단결한 민중의 앞엔 승리밖에 없다고 했다.
49년전 근로기준법도 지키지 않는 이 땅의 현실에 분신으로 항거했던 전태일의 분노는 이제는 가을날의 어느 하루 그를 기억하며 사람들이 모두 함께 마음을 나누는 축제의 마당을 펼쳐주었다. 이소선합창단은 그 축제의 마당에 노래를 보탰다. 전태일이 꿈꾼 날이기도 할 것이다. 때로 한 사람이 꿈꾼 미래가 그렇게 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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