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잎이 많이 떨어지고 누추해졌다. 지나가는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나무이다. 방화에 처음 왔을 때 복사꽃의 봄으로 나를 맞아준 나무이기 때문이다. 매화가 열고 벚꽃이 뒤를 이으며 많은 꽃들이 봄날을 꽃으로 채워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는 4월초의 어느 날 개화산을 넘어 미리 봐둔 복숭아나무를 찾아갔었다. 도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꽃들은 낯선 곳에서 내가 이곳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으며, 개화동 한강변의 도화 또한 그 봄날의 꽃들 중 하나이다. 매화나 진달래, 벚꽃은 무수하지만 복사꽃은 흔하질 않다. 무성했던 잎들마저 정리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복숭아나무가 지나는 내 발길을 붙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기억이 서리면 무엇이든 특별해진다. 한참 동안 도화가 한창이었던 봄날의 기억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