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의 봄기억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10월 30일 서울 개화동 한강변에서
복숭아나무

복숭아나무이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잎이 많이 떨어지고 누추해졌다. 지나가는 누구 하나 눈길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나무이다. 방화에 처음 왔을 때 복사꽃의 봄으로 나를 맞아준 나무이기 때문이다. 매화가 열고 벚꽃이 뒤를 이으며 많은 꽃들이 봄날을 꽃으로 채워가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나는 4월초의 어느 날 개화산을 넘어 미리 봐둔 복숭아나무를 찾아갔었다. 도화가 활짝 피어 있었다. 꽃들은 낯선 곳에서 내가 이곳을 견딜 수 있게 해주었으며, 개화동 한강변의 도화 또한 그 봄날의 꽃들 중 하나이다. 매화나 진달래, 벚꽃은 무수하지만 복사꽃은 흔하질 않다. 무성했던 잎들마저 정리하며 한해를 마무리하는 복숭아나무가 지나는 내 발길을 붙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리고 좋은 기억이 서리면 무엇이든 특별해진다. 한참 동안 도화가 한창이었던 봄날의 기억에 머물렀다.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4월 8일 서울 개화동 한강변에서
복사꽃
Photo by Kim Dong Won
2023년 4월 8일 서울 개화동 한강변에서
복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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