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물 손질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19일 오이도에서

그물은 온통 구멍 투성이예요.
그래서 물은 가둘 수가 없죠.
제 아무리 촘촘한 그물도 물은 가둘 수가 없어요.
물고기도 모두 가둘 순 없어요.
그냥 그물코 크기 안에서 물고기를 구하죠.
그물코보다 작은 물고기들은 물처럼 그물을 빠져나가요.
그렇지만 바다를 나갔다 오면
그물도 손질을 해두어야 해요.
그물코가 풀어지면 그 자리는
물고기들이 우르르 몰려나가는 넓은 문이 되어 버리거든요.
그 문은 닫아주어야 해요.
그렇지만 그물은 그 이상은 닫지 않아요.
그물이 바다를 꿈꾸며 코를 촘촘히 좁히면
바다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건 우리의 바다는 아니예요.
우리의 바다는 물고기의 몸 속에 맛있게 녹아들어 있죠.
그물은 그걸 알아요.
우리의 바다가 물고기 몸 속에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바다란 것을.
그래서 바다에서 그 바다를 골라주죠.
그물을 손질하는 것은
바로 그 바다가 주르르 새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결코 바다를 모두 잡아오기 위해서가 아니라구요.
너무 작은 물고기는 물고기가 아니라
사실은 하나의 바다예요.
그것까지 잡아올리면 그때부터 바다가 마르기 시작하죠.
그물은 작은 물고기는 주르르 바다처럼 새도록 내버려 두어요.

Photo by Kim Dong Won
2007년 6월 19일 오이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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