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기다리는 계절

Photo by Kim Dong Won
2009년 11월 2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겨울은 춥고 쌀쌀한 계절이다. 손은 옷깃을 조여 체온을 몸 가까이 잡아두려 하고 그때면 몸은 움츠러든다. 그때마다 내가 내쪽으로 좀 더 가까이 모인다. 나를 내게 모아두어야 추위를 조금더 피할 수 있는 계절이 겨울이다. 우리는 빈틈을 없앤다. 팔도 몸 가까이 붙이고, 다리도 사이를 두지 않으며, 발끝도 모으고 앉는다. 그렇지만 겨울은 또 움츠러든 몸으로 공원의 벤치에 앉아 눈을 기다릴 수 있는 계절이다. 느닷없이 그 기다림을 채워주며 눈이 날리면 사람들은 움츠러든 몸을 편다. 종이컵을 감싸고 그 안에 담긴 커피의 온기를 나누어 받던 두 손 가운데 하나를 떼어 내리는 눈을 손에 받는다. 눈은 녹는다. 눈이 녹을 때 우리는 차가운 눈의 촉감을 마치 체온처럼 나누어 받는다. 눈은 차가운데도 포근하다. 차가운 것이 포근하긴 쉽지 않다. 그 쉽지 않은 일이 눈이 내리는 겨울날엔 이루어진다. 겨울은 공원의 벤치에 움추리고 앉아 눈을 기다리다 잠시 몸을 펴고 차가운 체온마저 따뜻하게 반길 수 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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