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야, 뭘찾니?
–꽃가루요.
꽃 속에 그런게 있니?
–우리들의 양식이죠.
혹시 꽃들은 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은데
너는 꽃이 꽃가루로 보이는 건 아니니?
혹시 꽃밭은 너에겐 그저 먹을 것이 풍성한 식탁에 불과한 건 아니니?
–맞아요. 제 눈에는 꽃은 곧 꽃가루예요.
그럼 꽃이 슬프지 않을까?
꽃들이 모두 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어
너에게로 목을 빼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제가 꽃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고 꽃가루를 잊으면
꽃도 죽고 나비도 죽어요.
그렇구나.
꽃의 아름다움이 사랑같은 거라면 꽃가루는 생활같은 거구나.
그래서 꽃가루는 너의 배고픔을 채워주는데
꽃의 아름다움은 아무리 들여다 보아도 배를 채워주진 못하는 거구나.
그렇지만 나비야, 가끔 한번씩 생활로부터 한눈을 팔아보렴.
생활만 남고 사랑이 지워지면 그것도 사는 것 같지 않더구나.
어쩌다 너도 그런 생각이 드는 날이 오거든
생활은 아주 조금만 남기고 모두 다 지워버리렴.
그리고 꽃의 아름다움으로만 한번 살아보렴.
그럼 그때가서 네가 주린 배를 움켜잡고
날이면 날마다 나를 원망하게 될까.
아니, 아닐지도 모르지.
쌀쌀한 찬기운이 너의 날갯짓을 꺾는 늦가을,
네가 헤진 날개로 누추한 삶을 마감할 때,
사랑이 있어 네가 행복하게 눈을 감을지도 몰라.
나는 올가을엔 풀섶에서 죽은 너의 한생을 보았을 때,
바람으로부터 네가 꽃가루를 탐하던 생활을 거두고
꽃과 사랑하다 죽었노라는 얘기를 전해 듣고 싶구나.
4 thoughts on “나비와 꽃”
우와~ 꽃과 꽃가루가 이렇게도 이해가 되다뉘… 멋진글이다아~
그럴 듯 하긴 하죠?
우와~~~나비의 털을 만져보기라도 한것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사진이네요.^^
여긴 비가 내리고 있어요.
4월의 첫날 첫 봄비.^^
며칠전 새벽에 잠깐 내렸다지만 이게 진짜 봄비죠.
계절중 4월,10월 너무 좋아요.^^
서울도 비가 오고 있어요.
월요일날 우리 아이가 수학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우리도 어디로 날라볼까 생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