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가 나무 위 높은 곳에 집을 지었다.
나무 위에 나뭇가지를 물어다 집을 지었다.
나뭇가지들은 서로 맞물려 까치의 둥지가 되었다.
나뭇가지 하나를 가지 끝에 올려놓았을 때는
그저 불안하기 짝이 없었는데
하나둘 나뭇가지가 맞물리자 불안이 지워지고
안락한 둥지가 되었다.
나무 위 높은 곳,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엮어 지어놓은 까치의 집엔 무엇이 있을까.
까치야, 까치야, 너의 집엔 무엇이 있니?
아침에 올려다 보았더니
까치의 집엔 푸르고 싱싱한 아침이 있었다.
저녁에 올려다 보았더니
까치의 집엔 붉게 노을진 저녁이 있었다.
비오는 날 올려다 보았더니
성긴 틈새를 비집고 빗방울이 까치의 집을 똑똑 두드렸다.
비만 오면 황급히 우산을 펼치기에 바빴던 나는
그날 처음으로 알았다.
빗방울이 우리에게 놀러온 친구란 것을.
그러고 보니 시골서 자랄 때,
빗방울은 언제나 나의 친구였다.
비내리는 날, 그 비를 온통 다 맞으며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놀았었으니까.
흐린 날 올려다보니
푸른 하늘이 까치집에 놀러와 있었다.
하늘은 높고 푸르지만
까치집에 놀러올 때는 까치둥지까지 제 높이를 낮춘다.
푸른 하늘이 까치집으로 놀러가기 위해 제 높이를 낮추면
그런 날, 하늘은 잿빛이 된다.
하늘이 잿빛으로 낮게 가라앉은 날은
사실은 흐린 날이 아니라 하늘이 까치집으로 놀러온 날이다.
까치집엔 또 바람도 간간히 놀러온다.
까치집은 틈새가 성기어 바람이 쉽게 들고 날 수 있다.
까치집엔 아침이 있고, 저녁이 있고,
그리고 빗방울이 있고, 또 바람이 있었다.
이상하다, 그건 누구의 것도 아닌데
까치는 어떻게 그걸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었던 거지.
나는 아침과 저녁이 제 것이 된
그 둥지의 비밀이 궁금했지만
그 집의 주인은 거의 하루 종일 집을 비워둔채 어디론가 쏘다닐 뿐이었다.
4 thoughts on “까치의 집”
푸른색과 붉은 색의 대조가 아름답네요.
저 붉은색은 진짜 저 색이었는지 아님 설정에 따라 변한건지요?
모두 하늘이 흐릿하던 날 김포에서 찍은 사진이죠.
원래는 잿빛 하늘인데 글에서 아침과 저녁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하나는 파란빛으로, 또 하나는 붉은 색으로 색칠했어요.
아무리 찍어도 저런 색은 안나오죠.
뽀샵에 있는 Colorize란 기능을 사용해서 바꾼 거예요.
사진 수정은 잘 안하는데 이번에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원하는 이미지가 없어서.
자연을 한껏 머금은 멋진 집이네요. 😉
그나저나 오늘 오후 땅이 좀 마르는 것을 보고, 저희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갔었는데요 ^-^a
까치 한마리 잡겠다고 마구 뛰어가는 바람에 놀랐어요. ;;
시골 살 때는 한없이 서울로 가고 싶었는데
도시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자꾸 시골 생각만 하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