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밑의 사랑

Photo by Kim Dong Won
2016년 12월 24일 경기도 두물머리에서

나무 밑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면 나무가 그 사랑의 밀어를 다 기억해둔다. 나중에 그곳에 가면 그 자리에서 속삭였던 사랑을 사람들 머리 속으로 슬그머니 들이밀어 준다. 그곳에서 속삭였던 사랑이 다 기억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다른 여자나 남자를 데려가면 그 기억이 엉뚱한 소리가 되고 그러면 과거가 들통난다. 나무는 사랑의 속삭임만 기억했다 환기시켜줄 뿐, 누구랑 속삭였는지는 기억해 두지 않는다. 누구에 대한 기억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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