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둔역

Photo by Kim Dong Won
2018년 12월 25일 경기도 양평의 구둔역에서

양평의 구둔역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도 꾸준히 사람들이 찾는다. 열차는 찾아오는 길을 잃었지만 사람들은 용케도 찾아오는 길을 찾아내 역을 찾았다. 이곳 역까지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버스도 자주 다닌다. 어디서 사람들을 싣고 오는지는 살펴보질 못했다.
구둔역의 매표소에선 더 이상 표를 팔지 않는다. 대신 매표소에선 기차표대신 차를 판다. 사람들은 매표소에 들어가 커피를 마시며 오지도 않는 열차를 기다린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새로운 역이 있긴 하다. 새로운 역은 일신역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실없어 보이는 젊은 녀석 하나가 철로를 들어서서 한쪽 끝을 바라보더니 어, 기찻길이 끊겨 있어, 여기가 종착역인가봐 하는 실없는 소리를 했다. 역의 기찻길은 기차역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모두 끊겨 있다. 구둔역은 이제 어디에서 오나 더 이상 길을 가지 않는 양방향 어디에서나 종착역이 되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이곳 역에서 모두 걸음을 멈추고 더 이상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젊은 녀석의 실없는 소리가 실없는 소리가 아니었다.
끊긴 철로의 양쪽 끝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물론 길이 끊기고 잡초가 자랐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바뀌었다. 이곳에선 속도의 세상을 멈추려고 잡초들이 철로로 뛰어들었고, 그때 이후로 철로가 길을 멈추었다. 잡초들이 철로의 길을 멈춘 세상, 양평의 구둔역을 잠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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