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락눈은 싸라기눈의 준말이다. 싸락눈은 정말 싸라기 같다. 싸라기는 부서진 쌀알을 가리킨다. 어릴 때 몇 번 봤다. 그 옛날 눈을 보며 싸라기밥을 떠올린 누군가가 싸락눈이란 말을 지어냈을 것이다. 싸라기를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시대였을 것이다. 하지만 내 기억에 싸라기를 본 기억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싸라기를 본 것보다 아마 싸락눈을 본 횟수가 더 많을 것 같다. 눈의 이름이 태어난 시대가 달랐다면 싸락눈이란 이름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시대에 따라 백설기눈이 훨씬 잘 어울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면 염화칼슘눈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염화칼슘이란 명칭은 아예 그 존재도 모르고, 백설기보다 싸라기를 훨씬 흔하게 접하던 시대에 싸락눈이란 이름이 태어났을 뿐이다. 지금은 거의 접할 수 없는 싸라기가 한때는 다른 무엇보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여 싸라기를 거의 경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어도 한번 정해진 이름은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히 남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싸락눈을 통하여 싸라기가 무엇인지 짐작하는 시대가 되고 만다. 눈이 쌓일 때 언어가 유물처럼 쌓여 이제는 볼 수 없고 사라진 것을 볼 수 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