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와 혼자 지내고 있지만 자주 집에 다녀온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가는 것 같다. 어쩌다 2024년의 새해 첫달에는 마치 정해놓은 듯 세 번 모두 토요일에 집을 다녀왔다. 토요일이라 항상 그녀가 집에 있었다. 그녀가 상을 차려주었다. 덕분에 하루 종일 그녀가 해준 음식들을 먹었다.
내가 작업실 삼아 거처를 구하고 집을 나가 혼자 지낸 뒤로는 그녀 또한 자신도 음식을 차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한다. 혼자 먹자고 조기를 튀기진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내가 왔을 때 내놓게 된다며 두 마리 다 먹으라고 했다. 거처에선 거의 해먹기 어려운 반찬이다. 밥상에 나온 조기 두 마리가 모두 내 차지가 되었다.
내 방에서 일하다 보니 간단하게 먹을 거 했으니 먹으라고 하다. 딸에게 갔다가 잡채 만두가 있어서 들고 왔다며 튀겨서 내놓은 것이었다. 이걸 이렇게 튀겨먹는 구나. 나도 잡채 만두를 사서 먹기는 하는데 튀겨 먹는 법은 없다. 그냥 전자렌지에 돌려서 먹는다. 내게 모든 음식은 전자렌지를 거쳐서 상에 오른다. 튀긴 만두가 훨씬 맛있었다.
집에 가면 음식의 맛과 차림새가 완연하게 달라진다. 튀김만두는 그냥 만두만 튀겨서 내 앞으로 내미는 것은 아니다. 만두를 찍어 먹을 소스도 나오고 차가 한 잔 곁들여진다.
저녁은 딸이 배달 시켰다. 떡볶이와 순대, 마라탕이 식탁 위에 올랐다. 혼자 지내면 음식을 이렇게 다양하게 여러 개 시킬 수가 없다. 가족이란 다양한 음식을 함께 먹을 수 있는 연대 집단의 성격도 갖고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런 음식 연대가 언제든 가능하다는 점은 가족의 막강한 점이다.
먹고 나니 숨쉬기 힘들 정도로 배가 불러서, 혹시 우리가 숨을 배로 쉬는 것은 아닐까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거처에서 배를 채우며 살다가 집에 갔을 때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보낸다. 매일 먹을 때는 몰랐던 사실이다. 가끔 먹으니 이제야 배를 채워주는 것과 음식의 차이를 알겠다. 흔한 것들의 귀함을 흔할 때는 모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