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와 거처를 구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스피커였다. 내게 주어진 스피커는 갖고 있는 노트북, 바로 맥북의 내장 스피커 뿐이었다. 만족스러울 리가 없다.
집에 온 동생에게 스피커 얘기를 하다가 포장도 뜯지 않은 스피커가 하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가져오라고 했다. 블루투스 스피커였다. 키아스란 회사에서 40만원에 팔던 제품이었다고 하는데 만든 회사는 망했다고 했다.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운드는 2만원 정도면 적당하겠네 싶었다. 40만원은 사운드 가격이 아니라 스피커가 도자기에 담겨 있어 스피커 값은 차마 받을 수가 없으니까 도자기 값을 받았는가 싶기도 했다. 그래도 한동안 이용했다.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집에서 사용하던 스피커를 들고 올 수도 없었다. 자주 집엘 가는데다 스피커는 덩치가 크다. 그런데 집에 갔을 때 예전에 사용하다 스피커를 새로 장만하면서 한쪽에 처박아 놓은 스피커가 눈에 띄었다. 스피커 이름은 소리패라고 되어 있었지만 중국제의 싸구려 제품이었다. 하지만 M-오디오의 레볼루션이란 사운드 카드에 연결하여 사용했던 관계로 상당히 들을만 했다. 이 사운드 카드는 국내에서 구할 수가 없어 내가 미국에서 직접 구입한 것이었다. 여기에 연결하여 사용하던 소리패 스피커는 크기도 그렇게 크질 않았다. 들고 갈만 했다.
문제는 이제 이 스피커의 사운드를 살려줄 사운드 카드를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인터넷을 뒤져 USB 사운드 카드를 살펴보았고, 결국 인터넷으로 오디오트랙의 마야 U5란 USB 사운드 카드를 구입했다. 5만원이 넘게 주었다. 그리고 집에 가서 옛날에 쓰던 스피커를 낑낑거리고 들고 왔다. 사운드 카드에 스피커의 연결선을 꽂을 자리가 모두 있었다. 모두 세 포트가 필요하다. 전방 스피커가 하나, 후방 스피커가 하나, 그리고 센터와 우퍼가 하나를 차지한다.
이게 사운드 카드를 맥북에 연결하고 스피커를 사운드 카드에 연결한다고 곧바로 작동이 되지는 않는다. 오디오 미디 셋업이란 앱으로 설정을 손봐야 한다. 그런데 테스트를 해봤더니 우퍼가 나오질 않았다. 내 맥북이 이 제품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가 보다고 생각하고 그냥 사용했다. 음질이 좋을리가 없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전방 왼쪽 스피커도 나오질 않기 시작했다. 잭을 다 뽑았다 다시 꽂았다. 갑자기 우퍼까지 모든 모든 스피커가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확연하게 사운드가 좋았다. 역시 전자기기는 안되면 꽂는 걸 제대로 꽂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에 발견한 재미난 점은 맥북에 스피커가 연결된 상태에서 아이폰의 음악을 이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아이폰에서 음악을 재생할 때 음악 앱에 있는 에어플레이 아이콘을 눌러서 아이폰 대신 맥의 스피커를 선택하면 된다. 이상한 것은 같은 음악도 맥북에서 직접 재생했을 때보다 아이폰에서 재생했을 때 좋게 들린다는 것이다. 맥북과 아이폰에서 스피커로 보내는 음악 데이터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음악의 음질은 아이폰이 최고라는 소리도 된다.
스피커 음질이 안좋아서 그동안 음악은 에어팟으로 많이 들었다. 이제는 스피커로도 자주 듣게 된다. 특히 누워서 아이폰으로 재생할 때가 많다. 다같은 애플 기기라서 맥북의 스피커가 곧 아이폰의 스피커이다.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무슨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