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만한 매화의 봄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3월 12일 경기도 팔당의 두물머리에서

두물머리에 맛있는 커피집이 있다. 오래 전부터 들르곤 했던 집이다. 떡집을 함께 하고 있다. 볶은 커피콩을 사러 그 집으로 나갔다. 나간 김에 두물머리 강변을 걸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채색을 달리하면서 윤곽선을 엇비슷히 평행으로 겹치며 흐르는 풍경은 평화롭다. 커피를 사러 나와선 풍경의 평화를 챙겨간다. 그렇게 두물머리 강변을 걷다 매화를 만났다. 올해 내가 처음 만난 매화이다. 원래는 강서구에 있는 개화의 한강변에서 매화를 보러오겠다고 기약을 해둔 날이었지만 며칠 집에 와서 지내는 바람에 매화와의 기약은 느닷없이 두물머리로 바뀌었다. 어쨌거나 나는 기약한 날, 매화를 보았다. 하지만 나는 꽃을 본 것이 아니다. 나는 봄을 만난 것이다. 손톱만한 봄이었다. 아직은 봄이 손톱만해서 겨울 끝이 살아있는 찬 바람을 무마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곧 무수한 작은 꽃들이 합세하여 찬 바람을 밀어내고 훈풍을 부를 것이다. 봄은 손톱만하게 시작하지만 항상 겨울을 평정하고 봄의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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