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를 한 바퀴 돌며 꽃을 순례했다. 사실은 꽃을 순례한 것이 아니라 꽃으로 온 봄을 순례한 것이다. 가장 먼저 맞아준 것은 별꽃이었다. 그 다음엔 냉이꽃과 인사를 나누었다. 산수유가 드디어 노란 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매화는 화사하게 핀 꽃의 뒤로 겨울에 최후의 펀치를 먹여주겠다는 듯이 또 하나의 한방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진달래를 보기에는 이르지만 양지바른 곳에 놓인 어느 집 현관 화분에선 진달래가 피어 있었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며 흰색과 노란색, 분홍의 봄에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