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을 찍고 소리를 담아내는 노동은 그 화면에 담기지 않는다. 화면 밖으로 시선을 빼내야 그들의 노동이 보인다. 촬영 과정을 사진에 담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나는 그 부탁을 화면 밖으로 나가야 보이는 노동을 빼놓지 말고 기록해 달라는 부탁으로 들었다. 억울하게 형장으로 끌려간 남편을 보내고 자리에 털썩 주저 앉은 한 아내의 절망을 그들이 카메라에 담을 때 나는 그들의 노동을 사진에 담았다. 노동은 노동을 알아주는 세상을 꿈꾸면서 그들이 만들어내는 노동의 결과물, 바로 화면의 바깥을 기꺼이 감내하는 모순을 산다. 그 모순 속에 우리들이 만나는 영상이 탄생한다. 그러나 때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영상을 만들면서 영상 바깥의 노동 또한 잊지 않고자 한다.
#인혁당 사건 희생자 추모 영상 촬영 현장 #연출 김현아 #배우 최정현 #세 명의 촬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