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의 시간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4월 16일 경기도 팔당의 식당 오팔당에서

재료만 내주고 직접 해먹어야 하는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재료를 모두 넣고 6분을 끓이라고 했다. 시간을 잴 수 있는 모래시계가 식탁의 한켠에 놓여 있었다. 모래가 모두 내려가면 4분이 지나간다고 알려주었다.
모래시계의 아래쪽에 고인 시간을 한 번 뒤집어야 했다. 뒤집힌 시간은 다시 아래로 내려가 고이기 시작했다. 4분의 간격을 두고 시간이 끊임없이 시간을 다시 시작했다.
음식을 끓이는 동안 맞은 편에 그녀가 앉아 있었다. 그녀와의 시간이 요즘 다시 시작되고 있다. 사랑은 모래시계 속의 시간과 비슷하다. 아래로 내려가 고이며 더 이상 내려갈 사랑이 없으면 사랑의 시간이 멈춘다. 멈춘 사랑은 사랑을 좀먹을 때가 많다. 그때는 사랑의 시간을 다시 뒤집어야 한다. 오래된 사랑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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