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 한마리, 잘려나간 나무 둥치에 앉았다.
이리저리 잘려나간 자리를 더듬는다.
몸이 있던 자리의 기억이 그곳에 겹쳐져 있음이 분명하다.
아득한 높이의 몸에 붙어서 하루를 놀곤 했을 것이다.
나무는 나방의 몸과 비슷하게 색깔을 맞추면서
나방을 색으로 보호해 주었을 것이다.
색만 비슷하게 맞추고
나무인지 나방인지 알아볼 수 없게 가려만 주어도
보호받을 수가 있었다.
분명 이 자리였는데…
그러면서 나방은 이제는 주저앉은
아득했던 옛높이를 더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