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영화제 보러 전주에 다녀왔다. 그녀와 딸이 함께 해주었다. 내려가는 길의 운전은 거의 딸이 했다. 마지막 1시간 정도는 그녀가 운전대를 잡았다.
숙소는 미리 잡아두었다. 하늘기와라는 한옥이었다. 한옥에 묵어 보기는 처음이다. 많이 불편했다. 침대 생활에 적응한 탓이 클 것이다. 그렇지만 다음 날 얻은 것이 컸다. 날이 밝아올 때쯤 부지런하게 일찍 일어난 제비가 지지배배 지지배배 울면서 하루가 밝았다고 알려주었다. 처마에 제비집이 있었다. 우리는 제비가 물어다준 손님일지도 모르겠네 싶었다. 문을 열고 나가니 환한 햇볕이 찾아와 문을 두드리며 아침을 알려주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침이 마당에 가득찼다. 숙소에서 조식을 주었다. 과일과 떡, 차를 접시에 담아 아침으로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들고 나온 아침을 툇마루에 앉아서 먹었다. 아침을 먹고 있을 때 고양이 한 마리가 앞집의 지붕 위를 지나갔다. 집들이 높이를 높이지 않아 앞집의 지붕을 시선에 맞출 수 있었다. 고양이가 가다가 서서 시선 한 번 던져주고 갔다. 아침을 먹는 동안 자전거를 탄 여자가 담장밖 골목길로 지나갔다. 담장이 낮아 여자의 얼굴이 다 보였다. 여자는 다시 돌아와선 담장밖에서 인사를 했다. 주인 여자예요. 잘 주무셨어요라고 묻더니 조식 맛있게 드시라 했다. 담장을 사이에 두고 주인과 나누는 짧은 대화가 좋았다. 한옥의 불편을 감내하고도 남음이 있는 괜찮은 아침이었다.
알고 지내는 윤솔지 감독이 출품한 영화가 상영되기 때문에 내려간 길이었지만 정작 윤솔지 감독의 영화는 보질 못했다. 표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내려가면 현장 판매분이 남아 있을 것이란 얘기를 듣고 무작정 숙소를 정하고 내려갔지만 그런 것은 없다고 했다. 인터넷으로 없다고 나오면 현장에도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그래서 아무 영화이든 그럼 남아있는 표를 달라고 했더니 자신들도 어떤 표가 남아있는지 모른다고 했다. 딸이 핸드폰으로 폭풍 검색을 하여 표가 있는 영화 둘을 찾아내고 표를 끊은 뒤 5월 3일 밤에 각각 영화를 봤다. 밤 9시 영화였다. 나는 시리아 난민이었지만 베를린에 정착한 수영 선수 사라의 인도주의적 활동과 그에 대한 유럽의 핍박을 다룬 영화 <<시리아 수영선수 사라>>를 보았다. 상당히 괜찮은 영화였다. 거리에서 하는 공연이 많아 영화제 시기에 내려와 묵다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하지만 영화제의 운영은 문제가 많아 보였다. 무엇보다 매진이라고 했는데 들어가보니 빈자리가 절반이나 되어 보여 그게 가장 큰 문제로 보였다. 한두 자리도 아니고 빈자리가 너무 많았다.
서학동 사진미술관을 찾아가 사진전도 관람했다. 아쉬운 점은 길거리에서 맥주 한 잔하고 싶었지만 영화보고 난 시간이 많이 늦어 그냥 숙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
10년전에 그때도 딸과 그녀와 함께 추석 때 전주에 갔었다. 그때 둘러보았던 경기전과 전동성당은 숙소에서 가까워 구경을 했다. 오목대는 나의 저질 체력 탓에 올라가지 못했다.
한옥에서의 하룻밤과 영화 한 편, 시장과 극장 앞 식당에서 먹은 점심과 저녁, 그리고 거리를 걷던 시간을 기억에 남긴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