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와 공포의 바람

Photo by Kim Dong Won
2024년 6월 21일 서울 천호동에서

그냥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른다. 먼지를 말함이다. 평평한 수평의 세상에만 앉아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같으면 손잡을 곳 하나 없어 곧바로 추락했을 수직의 모니터 화면에서도 오래도록 아주 잘 버틴다. 때문에 나는 먼지는 모두 스파이더맨의 초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곤 했다. 모니터를 켜고 작업을 하고 있을 때는 있어도 알 수가 없다. 모니터를 끄고 화면이 암전되어야 비로소 마치 밤이 되어야 눈에 들어오는 별처럼 나타난다. 그렇다고 별처럼 환영을 받진 못한다.
의외로 하루치 분량의 먼지가 상당히 많다. 먼지의 운명은 비관적이다. 아침마다 진공청소기의 바람이 집안을 휩쓸고 다니기 때문이다. 수직의 가파른 세상을 악착같이 견딘 먼지도 진공청소기의 바람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추풍의 낙엽처럼 청소기의 먼지통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만다. 매일 아침 공포의 바람이 집안을 휩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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