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는 나무들이 많았다.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엄청나게 큰 플라타너스가 두 그루나 있었다. 학교의 뒤쪽으론 아카시아 나무가 빽빽했었다. 학교의 담장은 학교를 빙 둘러싼 측백나무가 대신했다. 친구네 집의 뒤쪽에서 자라던 밤나무는 자태가 거의 예술이었다. 마을의 여기저기에 있던 나무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도 없다. 모두 없어져 버렸다. 고향을 지키는 친구에게 물었더니 플라타너스는 나무가 길가에 서 있어 길을 지나치는 차들의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로 베었다고 한다. 도대체 뭐가 중한가 싶었다. 고향에 내려갔을 때 어릴 적 기억속의 나무들을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이 당혹스럽기도 했다. 그만큰 내가 나무와 친했다는 얘기도 된다. 그래도 성황당의 나무는 그대로이다. 길에서 떨어진 한적한 곳이기는 하다. 사람들이 귀신은 무서웠나 보다는 생각이 든다. 때로 사람들은 자연을 뭉개고 귀신이 자연을 지킨다.